Monday, April 09, 2018

The Runner


 등산화를 챙겨신고 스틱을 들고 큰 산이라도 가는 양 뒷산에 대한 예의를 차렸다. 김소월의 진달래가 기다릴 줄 모르고 목을 떨구고 있었다. 연분홍빛 진달래가 있는 뒷산을 오를 수 있다는 것은 행운이다. 이름모를 나무의 연두빛 어린 잎들은 그야말로 물감을 뿌려 놓은 듯 아름다웠지 싶다.

봄이라 바람이 불어서 소나무들이 흔들리는 소리는 깊은 음이다. 산에 오르니 마음이 평안하다. 두 다리로 산을 오를 수 있다는 사실에 감격하고 그리하면 넘 늙은 맛이 나는 것인데 갑자기 감사하다는 생각이 들고 말았다.

김소월 시인의 진달래는 참으로 잔인하다(?). 어찌하여 즈려 밟고 가시라고 하셨나요? 역겨워 가실라믄 진달래꽃 밟고 가시라니 ㅠㅠ

꽃이 피어나는 시간은 여인들은 흔들린다. 어디 여인 뿐이든가! 님이 역겹지 않으면 어찌 떠날 수 있단 말인가. 어쨋든 김소월님은 진달래는 잔인하다는 생각으로 길가에 떨어져 있는 진달래꽃을 나도 모르게 밟고 지나갔나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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