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aturday, March 17, 2007

Kimchi

봄방학의 끝자락을 붙잡고 난 김치를 담궜다. 이곳엔 고냉지 땅콩 배추도 없고, 서해안 굵은 소금을 구하는 것도 비싸고, 맛을 지켜줄 딤채도 없는 실정이다. 가게에 있는 배추를 운명이라 여기고 사고, 미국 소금을 쓰고, 마늘과 생강 양파를 믹서에 갈아 양념을 만들어 배추김치를 유리병에 담았다.

웬만하면 난 김치를 담군다. 하지만 봄방학이 끝나가는 토요일 오후를 김치에 할애하다보니 마음이 즐겁진 않았다. 생각 같아서는 요즘 잘나가는 영화 한편 기념삼아 보려고 했느데, 그만 배추를 사오고 말았다. 새삼스럽게 배추를 파는 가게가 있다는 것이 감사하기까지 했다. 그곳이 없다면, 어떻게 김치를 먹고 살 수 있겠는가.

무엇보다도 엄마의 김치가 가장 먹고 싶다. 내가 담은 김치는 그냥 김치이다. 엄마의 김치맛을 따라갈 수 없다. 경험 깊은 엄마는 재료부터 나와는 다르겠지 싶다. 김치의 세계도 재료가 얼마나 중요한가 말이다. 일종의 엄선된 재료로 엄마의 경험깊은 방법으로 맛있는 김치가 만들어지겠지...

냄시나는 김치를 겂없이 아침마다 먹고 학교에 간다.ㅎㅎㅎ 치아를 요리조리 잘닦고, 진한 향수 뿌려도 냄시가 나겠지. 샐러드를 먹고, 두유 마시고, 요플레와 과일을 먹겠다는 다짐은 어디가고 김치통을 끼고 사는 것인가! 냄시나는 것이 맛은 있어가지곤 김치중독을 만들었나보다. 누가 김치 끊는 방법을 아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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