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ummer
나의 여름날은 비가 많이 내렸다. 돌이켜보면, 내가 안고 있던 문제가 세상의 전부가 아니었는데 말이다.
고등학교 1학년 때 어느 의식있는 국어 선생님께선 교과서에 나와있는 '청춘예찬'을 외우게 했었다. 분단끼리 일어나 특정 부분을 외우는 일이었는데, 참으로 힘들고 의미없는 일처럼 다가 왔었다. 그러나 세월이 흘러 어느 정도 나의 청춘이 빗겨 가는 어느 날 우연히 책을 읽다가 '청춘'이란 단어를 보다가 난 눈물을 흘리고 말았다. 그제서야 그 샘의 의도를 알 것 같았고, 그 작가의 피 끓는 느낌을 알 수 있었다.
숙녀로서 얌전하게 원피스를 입고 찰랑거리는 긴 생머리를 바람에 날리는 이상적인 여대생이 아니었다. 나의 얼굴엔 청춘의 심볼이라는 꽃이 만발하고, 대학전공은 나에게 꿈을 주지 못한 시절이었다. 꿈이 없는 시간은 얼마나 무기력한 것인가!
난 의식서클을 뛸 만큼 지적이지도 않았고 정신적으로 여유롭지 못했다. 그리고 합창단과 테니스 서클 또한 내게 기쁨이 되질 못했고, 그리고 나는 교회에 대해 순수하지 못했었다. 정신적인 안식처를 구하지 못해 방황하던 숱한 시간들을 어떻게 지나온 것일까?
작은 오빠의 시련은 나에게 어떤 것이었을까? 난 그에게 아무것도 해주지 못했다. 더 이상 웃음이 없는 밥상에 둘러 앉아 아침을 먹었던 것, 한숨과 탄식으로 자식들 걱정을 하던 나의 엄마 아빠의 모습과 병마에 허물어져가는 젊은 나의 오빠의 모습을 보는 것이 힘들어 집으로 들어가는 것이 싫었다. 영화나 책에 나오는 아름다운 이야기처럼 오빠의 시련을 함께 슬기롭고도 지혜롭게 풀어나가기엔 현실은 혹독하고 힘겨웠다. 우리 모두를 상처주고 파멸시킬만큼.
밤이면 난 책을 읽기 시작했다. 잠들지 못한 시간들을 하얗게 책을 읽었다. 검은 활자들 속에 숨어 있는 세상이 아름답지 못한 현실을 잊게 만드는 좋은 친구였으며 큰 위안이 되었다. 현실도피적인 성격이 짙은 시간들이었지만, 난 그 때 책을 친구보다 좋아했다.
그리고 난 사랑하였다. 그것은 어쩌면 불확실하고도 불안한 나날들부터 건강한 현실로의 출발을 의미하는 것이기도 하였다.
'청춘' 그것은 듣기만 하여도 가슴이 뛰고 눈물나는 단어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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