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unday, May 02, 2010

Flowering


Photo by Luke Kim

거센 바람이 불어도, 굵다란 빗줄기가 내리쳐도 어김없이 꽃들은 피고 지나보다. 쇼가 끝난 뒷기분을 쓸어담을 여유없이 사월이 넘어 오월이라는 시간앞에 덩그렇게 서있다는 사실이 사실 두렵기도 하다. 그리고 커피잔을 붙잡고 슬리퍼 직직 그으며 나가본 나의 꽃밭의 꽃들은 날이면 날마다 시간을 더하여 어여삐 나름대로 피고 지고 있는 것이다.

허전한 마음에 '채송화'를 여섯그루 사와 땅을 뒤적거려 뿌리를 넣어 주었다. 겹송이가 아닌 한국의 단아한 품종을 좋아하는 마음과 부지런한 손놀림이 일치하지 않아 그만 씨받이를 하지 못해 이쁜 채송화가 나에게 더이상 없다. 그리하여 어쩔 수 없이 이곳의 겹겹이 피어나는 미제 채송화를 살 수 밖에 없었지만 그나마 채송화에 대한 어린기억을 붙잡고 싶어 내 꽃밭에 뿌리를 내리게 해주었나 보다.

어린 학창시절의 대부분을 간직한 소태동 한옥의 마당에 피어있던 채송화가 할머니 생가과 함께 아득한 어린시절을 피게 하는지도. 한삼일 지나면 노랗고 빨간 꽃들을 피어 올리려나 보다.

그리고 이 동네에서 가장 고고하고 아름다운ㅎㅎㅎ 아리리스가 피었다. 내 꽃밭의 꽃들은 어느 꽃밭의 꽃들보다 아름답다.ㅎㅎㅎ 어린왕자의 글에서 나오는 것처럼, 내가 땅파서 심어주고 물주고 거름주고 바람 막아주고 그리고 잡조 뽑아주는 일련의 사랑의 과정을 간직한 나의 꽃들은 나에게 소중한 의미이며 절대적인 것이다. ㅎㅎㅎ 그래서 그런 것인지 몇송이 올리지 않은 나의 보라색 아이리스가 어느 이웃의 꽃보다 아름답고 고귀한 자태를 보인다고 확신하며 그들의 피고지는 과정을 바라보는 한가한 즐거움에 에어콘 바람소리 외로이 부는 스튜디오에 가질 않고 자꾸만 집에서 뒹굴거리게 한다.

처음마음 같은 사랑을 퍼부어주지 않아도 이름 모를 작은 꽃들이 어김없이 이쁘게 사년째 피어나고 있다. 그리고 내 정원의 간판인 빨간 폭탄 장미들이 하루가 무섭게 빨갛게 꽃들을 올리고 있는 오월이다.

물이 뿌리에 머무는 것을 싫어하는 빨간 장미들은 내 정원의 남쪽에서 폭탄이다! 이웃들이 부러워하며 품종이 무엇인지 그리고 어찌 키우는 것인지 묻는다. 그리고 시간이 더 뜨거운 여름으로 들어가면, 반갑지 않은 재패니스 비틀스와 전쟁을 하며 붉은 장미들을 지켜내야겠지.

대학원엘 붙었으니, 프로답게 영어공부를 좀 더 계획적으로 해야 될 것이고 더 많은 책을 영어로 읽어야 할 것이고, 그리고 가든도 좀 정리를 해야 하는디. 스튜디오 철수도 해야하고.......한가히 집에서 꽃구경 할 때가 아닌데도 자꾸만 몸이 가라앉으며, 꽃 구경하며 그냥 푹 쉬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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