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onday, June 29, 2009

Chicago Eye

간만에 카본데일을 벗어나 빌딩숲이 있는 시카고에 다녀왔다. 무엇보다 여권연장이라는 중대한 업무와 시카고 미술관 견학과 싱싱한 회를 먹고 싶은 욕구로 시카고는 그리 멀지 않았다. 이박삼일의 짧은 가족여행이었지만 온가족이 함께 하였기에 행복했다.

황금빛 밀밭과 푸른 잔디밭의 지평선에 익숙한 나의 눈은 높이 솟구쳐있는 빌딩들이 주는 위압감에 굴복당했다. 얼만만에 보는 도시의 차가운 자태인가! 현대적이면서도 고전적인 맛을 지니고 있는 시카고의 높은 빌딩들을 바라보며 자신의 촌스러움(?)을 자연스레 인식하게 되었다.

비싼 호텔비와 불편한 교통을 댓가로 치자면 도시의 건물들은 아름다웠고 음식은 맛있었다. 참고로 이번 여행은 전기밥통을 동반하지 않았다. 회를 그리워하는 이들에게 조금이나마 위로가 된다는 '투다이' 부페에 가서 비싼(?) 저녁 배불리 먹었던 순간과 비오는 날의 시카고 피자 점심은 잊지 못할 기억으로 남을 것 같다.

가장 마음이 뿌듯했던 걸음은 시카고 미술관에 갔던 일이었을 것이다. 인터넷과 책을 통해서만 볼 수 있었던 위대한 예술가님들의 조각품들과 그림들을 보는 일은 얼마나 행복한 시간들인가. 두다리 성성할 때 미술관 견학을 해야 한다는 생각이 새삼스레 떠올랐다.

나이 젊을 땐 아이들이 어려서 관람하기 힘들고, 이제 나이들어 관람하자니 내 다리가 후들거려 힘들고 만다는 것을...... 하루종일 미술관을 관람하면서 오래전 여행했던 미술관들의 추억이 떠올랐다. 시간이 충분치 않아 그냥 막 지나갔던 순간이.

미술관의 느낌을 이야기 하자면, 인상주의 그림을 묶어 두었던 코너가 가장 매력적이었던 것 같다. 컨텐포리관은 그야말로 맘대로 코너였는데 난 사실 머리가 지근지근 아팠다. 그들의 도전적인 예술에 대한 거부감은 날 동시대인에서 구시대인으로 자꾸 미는 것 같아 머리가 아프다.

예술학도로서 내가 나아가야 할 바를 깨닫지 못했다. 다만 그림이 좀 커야되겠구나 하는 촌시러운(?) 생각을 했다. 그림 사이즈와 프레임의 적당함에 압도당했다면 넘 거만한 평인가!

촌스러운 평화로움에 젖어 버렸나 보다. 이제 도시에 산다는 것이 두려움으로 다가온다. 사년하고 6개월의 시간이 흘러간 지금의 난 푸르른 촌시럼이다.

0 Comments:

Post a Comment

<< Hom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