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onday, August 13, 2007

Tomato in Red


고추가루 확~~뿌렸다! 이른 새벽에 잠이 깨어 어떤 기분좋지 않은 생각들과 뒹굴고 있을 때, 우리 동네 아름다운 사슴들은 장미밭을 넘어 벽돌을 뒤집어 가며 토마토를 맛있게 시식하고 있었나 보다. 도저히 잠들 수 없어 평소보다 더 이른 시간에 물을 주러 나왔을 때 난 나의 편안하지 않았던 꿈자리를 이해할 수 있었다.
사슴이 토마토를 공격하는 것 까지도 나는 느낄 수 있는 것일까? 어쨌든 유쾌하지 않은 그 느낌은 이곳에서 비롯된 것이라는 것을 확인 할 수 있었다. 왠지 불안하고 껄쩍지근한 그런 느낌말이다. 육감이라고 해야하나? 오감과 여자만이 갖고 있다는 육감 그리고 난 기독교인이니깐 영감까지. 이 시대가 원하는 절실한 신앙인이 아니지만 난 나무들에게 물을 줄 때 주기도문을 외운다. 나의 미적지근한 믿음을 표현하기엔 꼭 들어맞는 표현은 아니지만서도......
어쨌든, 사슴이 드디어 맛을 보았다. 새로 만든 장미밭의 멀치(mulch)가 향긋한 소나무 향이라서 그렇지 않아도 사슴의 반응을 걱정했었는데, 아니나 다를까 사슴을 불러 들인 요인이 되었나 보다. 디어리지스턴트 장미 보다는 토마토를 즐겨 먹었나 보다. 가위질을 한 것처럼 싹뚝 싹뚝 비어 먹어 브렀다.
아~~~~이걸 어째븐다냐! 발목을 분질르기에는 나의 열정은 딸렸다.ㅎㅎㅎ 할 수 없이 매운 고추가루를 사용하는 것을 선택했다. 발목잘려 넘어져있는 사슴을 보는 것도 그리 유쾌하지 못할 것인고로. 그래서 할 일없이 구석 한자리를 차지하고 있는 칠리 파우더를 물을 주고나서 마구마구 뿌렸다. 그리고 나서 하룻밤을 기다렸다. 어!!! 먹질 않았다.
내년엔 그냥 사먹어야겠다. 키우는 재미로 정성을 들이다 못해 이젠 행위예술의 경지에 이른 것 같기도 하고 괴팍한 시골 아짐이 되어가는 것 같기도 하고...매운 고춧가루 땜시 며칠이 지난 지금은 이파리가 지쳐 보인다. 이래저래 쉬운 것이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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