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uesday, March 20, 2007

Missing Mountain

두해전 이곳에 올 때 난 등산화를 챙겨왔다. 물론 산을 오르기 위함이었다. 하지만 이곳 카본데일에선 넓은 하늘과 지평선을 바라볼 수 있지만 지칠 때 찾아 갈 수 있는 살가운 산이 없다. 나의 첫 타국생활을 꾸렸던 집에 다행히 넓은 뒷뜰이 있어 밤이면 등산화를 신고 한시간 남짓 걸을 수 있었던 것은 나에겐 행운이었다.

나에게 소중한 보약같은 어두운 밤의 산책을 새집에서 다시 시작하였다. 집주위의 불을 모두켜고 땅을 디디며 메마른 시멘트 거리 대신에 포근한 땅을 밟는 것에 감사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도시생활에 지쳐 땅내음이 나는 곳으로 주말이면 탈출하고 싶었던 그 마음은 이제 그러한 것들을 그리워하지 않고 삶의 한부분으로 살아가고 있음을 새삼스럽게 발견하게 되었다. 그래서 더이상 소원하지 않아도 될 것이 되어 때로는 무신경, 무감동 해진다고나 할까.

무념의 시간들을 한걸음 한걸음 나아갈 때, 문득 내가 올라가 본 한국의 산들이 생각났다. 친구들과 대학졸업여행으로 올랐던 한라산, 아름다운 돌들이 많았던 설악산, 제이의 고향 인천 철마산, 정다운 계곡이 있었던 부산 해운대 장산, 그리고 대전의 계룡산, 우송이산...아무래도 남편과 함께 동네 근처에 있어 자주갔던 장산과 우송이산이 가장 추억으로 남는다.

이곳에 온 뒤로 더이상 기댈 곳이 없는 끝없는 지평선에 눈이 베이는 것에 감동하지 않는다. 산이 없기에 뒷뜰을 산삼아 걸으며 무심하게 하늘에 달도 보고 별도 보고 하다가, 나의 참을 수 없는 무게를 묵묵히 견디며 비오고 바람부는 날에도 내 발을 거뜬히 지켜주며한걸음 한걸음 내딛어주는 등산화가 고맙기 그지없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훗날 내가 그림을 잘 그리게 된다면 고호의 그림에 나오는 낡은 신발처럼 그려주고 싶다. 시간과 함께 낡아가는 것을 걱정하는 것은 아직 내가 도인이 되지 않았음이라.

타오르는 목마름 뒤에 마시는 냉수 한사발, 가파른 오르막 길에서 주저않아 쉬고 싶은 마음을 다잡던 끈기와 인내, 산꼭대기에서 목청껏 내질렀던 "야호오오..." 오가며 주고받았던 삶의 대화들... 산을 타고 내려온 날의 달콤한 뻐끈함 등등의 것들이 오늘 몹시도 그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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