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aturday, July 25, 2009

Siding

갑작스런 소리에 깜짝 놀라 밖을 내다 보았더니, 비가 내리는 궂은 날임에도 불구하고 미제 일꾼 아저씨들이 분주하다. 오월의 폭풍 뒷처리를 방학중에 서둘러 해결하려는 나의 의지와는 다르게 성수기를 맞은 지붕처리 전문인들은 견적이 적은 우리집엔 관심을 갖지 않았다.

한두번 당해 본 일이던가! 얻어질 떡고물이 많은 쪽으로 모여드는 것은 당연한 경제원리 아니던가! 견적을 빼주겠다며 약속을 하고는 아무런 소식이 없는 갑이 된 뒷처리반 아저씨들과 을이 된 힘없는 한국 아짐마! 그래도 용기를 내어 혹시나 싶어 이웃의 지붕처리를 맡고 있는 일꾼들에게 도움 요청을 하였다. 그리고 르네상스의 거장 예술가와 이름이 같은 미제 아저씨님이 친절하게 약속을 했다.

그러나 숱한 시간이 또 흘렀다. 그 친절하고 진실했던 약속은 아무런 통지를 주지 않았다. 나 자신을 이해서 그럴 수도 있다며, 바쁜 모양이라며, 이윤 덩어리가 적은 일보다 큰 일거리에 갈 수 밖에 없을 것이라며 역지사지했다. 그렇다고 전화해서 왜 약속을 지키지 않냐고 안되는 영어로 바보같이 말하기 싫다.(늙어가는 예들중의 하나) 미국에 있는 동안 눈치만 늘었는지 그들의 영어 사이로 흐르는 침묵의 의미가 섬뜩하게 느껴지곤 하는 것이 싫다. 특히나 아쉬워서 전화했들 때!

어느 날 내게 약속을 했던 일꾼이 찾아왔다. 그 동안 자신이 바빴다며...그리곤 견적을 주었다. 아쉬운 나 견적을 비교할 상대도 없지 않는가! 그냥 빨리 해달라며 시간을 알려달라고 했더니...전화도 없이 이 비오는 토요일에 일을 한다.

내가 살고 있는 집은 나무로 만들어진 집이다. 이곳의 대부분의 집은 나무로 되어있다. 그래서 외장재를 바이닐 외장재로 커버를 한다. 물론 페인트칠한 나무 외장재도 있고, 벽돌로 된 비싼 집도 있긴 하지만... 특히 비를 막아야 할 최전방에 있는 지붕뿐만 아니라 바이닐 깨진 것도 서둘러 해야 할 일이다.

두세시간 일하고 거금(?)을 가져갔다. 소망한다! 나에게 미제 바가지를 쒸우지 않았기를! 다른 이웃에 비하면 정말 운좋게 몇장 안나갔는데...지금도 생각하면 감사한 일이다. 그 무서운 해일과 폭풍속에도 지붕 한장 날라가지 않고 외관 벽도 몇쪽 나가지 않고...난 신앙적으로 바로 서 있는 생활을 한다 할 수 없지만, 하나님이 폭풍속에서도 우리 집을 지켜주었다는 하나의 기적으로 기억하고 싶다.

가을학기가 시작되기 전에 외관벽을 보수해서 감사하다. 이제 집수리도 했고하니 마음수리를 해야 할 것 같다. 먼저 섭섭하고 억울했던 감정의 찌꺼기들을 흘려 보내고 다시는 너무나 가벼운 인간들로 부터 상처 받지 않도록, 부정적인 감정이 내 마음속에 골을 파지 않도록 공사를 해야 한다. 어떻게? 답을 알고 있는 분은 꼭 멜을 보내 주시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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