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 am in Red
어떤 소재를 그려야 하는가를 결정하는 것은 상당한 고민거리이다. 매주마다 주어지는 각 스튜디오의 숙제를 그야말로 잘 감당하는 것은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엄마로서 주부로서의 일들을 뒤로 해야만 하고, 좋은 사람들과의 교제도 갖지 못하고, 건강을 돌보는 일도 소홀해지고...
어여쁘게 몸치장을 해본 지가 언제든가! 그 옛날 목탄과 유화물감으로 채색된 옷을 걸치고 다니던 젊은 미술학도들을 얼마나 부러워했던가! 하지만 작금의 이 젊지 않은 미술학도는 지치고 피곤해 누군가의 꿈을 건드지리도 못할 것이다.
지난학기 수채화 시간에 그렸던 소재들로, 한번 유화로 그려보고 싶었던 생각이 나서 소재가 궁한 김에 그려보았다. 드로잉 시간의 기초 뎃생의 소재로서 만만하게 생각했었는데, 컵이 왜 기초반의 근본이 되는 것에 대한 인식을 다시 한번 하게 되었다. 입체적으로 표현하기 위해 어떻게 색을 입혀야 하는지 그리고 조그마한 부러시 터치 하나로 컵이 찌그러지고 허물어지는 그 긴 여행을 하였다. 주전자는 어떠한가! 주전자 뚜껑에 몸통도 보통이 아니고 그리고 거기에 보태지는 리플렉션은 날 흥분시켰다.
왜 제목이 'I am in Red'냐고 묻는다면, 한달에 한번 난 붉은 색을 좋아한다. 왠지 붉은 색 옷을 즐겨 입고 붉은 색을 인지하게 된다. 그러기도 하거니와 난 내 열정을 표현하고 싶었다. 붉은 컵속에 내가 있다. 붉은 덩어리속에 주전가가 쏟아 놓은 것이 바로 나다. 넘 시적인 표현인가? 뭔소리냐고? 모르면 말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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